LG화학 연구소를 주도하며 팩티브를 비롯한 신약 개발에 기여
선경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폴리에스터 필름 제조기술 개발
기업 연구소의 성공 모델 제시와 바이오벤처 기업가의 배출
故 최남석(崔湳錫)
前 LG화학기술연구원 원장
(1935~2022)
- 학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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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
미국 포트헤이스캔자스주립대학 이학석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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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미국 브루클린공과대학 이학박사(화학)
-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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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999
LG화학 고문, 미국 LG BMI 소장
-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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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한국공학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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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한국공학한림원)
최남석 원장은 뛰어난 진취성과 리더십으로 한국 기업의 R&D 역사를 바꾼 ‘바이오산업의 전설’로 불린다.
그는 1935년에 태어나 어류학자 아버지 최기철의 영향을 받아 과학에 흥미를 가졌다. 1954년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스터디그룹을 조직하여 운영하며 고분자화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 고분자화학으로 유명한 브루클린공대(Polytechnic Institute of Brooklyn)로 진학해 197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의 조언으로 고분자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허만 마크(Herman F. Mark)의 실험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고분자화학의 최전선에서 교육 및 연구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학위를 받고 대학으로 가던 시절에 최남석은 미국에 남아 1971년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기업으로의 진출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알자(ALZA)사에 들어갔는데, 이곳은 약물 전달이라는 신생 분야를 개척하는 곳이었다. 그는 약물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물에 닿는 순간 분해되는 CHRONOMER(ALZAMER)로 명명된 고분자 피막재료를 최초로 합성했다. 이는 새롭고 유용한 화합물로서 약물 전달체계의 진전에 크게 기여했다.
1974년 최남석은 귀국하여 과학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 선경이 폴리에스터(Polyester) 필름 제조기술 개발을 의뢰해 왔다. 그는 고분자화학연구실의 연구자들과 함께 화학적 중합 과정에서 볼록렌즈처럼 가운데가 두꺼운 어안효과(fish eye effect)를 해결하고 1977년 국산 기술개발에 처음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선경은 전통적인 섬유산업에서 벗어나 비디오테이프의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KIST 역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연구성과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미국 ALZA사에서의 연구 경험을 살려 지속성 살충제와 아스피린, 비료 등의 개발에도 나섰다.
최남석은 1980년 럭키중앙연구소로 옮겼다. 당시의 통념에서 벗어나 대학이 아닌 기업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 세대의 연구 결전장은 기업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과감한 도전을 이어 나갔다. 마침 ㈜럭키는 대덕연구단지에 중앙연구소를 세우고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이듬해에 연구소장이 된 그는 고급 두뇌의 유치와 생명공학, 정보소재, 배터리 같은 첨단분야의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그는 10년 후 기업을 이끌 연구개발의 산업화에 중점을 두되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연구환경의 조성은 대학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보았다. 럭키 기업주를 설득하여 신생 분야에 적극 투자하도록 하고 한편으로 연구원들에게는 도전의식과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자 힘썼다. 그가 역점을 둔 바이오텍연구소는 국내 최고의 인력과 최신 시설을 갖춘 다학제적 연구집단으로 발전하며 신약 개발의 프런티어가 되었다. 바이오의약품으로 성장호르몬, 인터페론, B형 간염 백신, 적혈구 조혈인자, 합성신약으로 퀴놀론계 항생제, 항응혈제, AIDS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 등이 개발되었다. 중앙집중식, 인터스티셜 빌딩구조를 도입하여 새로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LG화학기술연구원에는 ‘월드 클래스’를 향한 그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15년 최장수 민간 연구소장으로 그가 이끈 연구원은 우수 신기술 성과에 수여하는 ‘IR52 장영실상’을 10회 수상했고 성장호르몬은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국민훈장 목련장, 동탑산업훈장, 운경상(산업기술 부문)을 받았고,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한국의 100대 기술과 주역’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후배 연구원들에 의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최남석 원장은 약물전달 신물질 합성, 폴리에스터 필름 제조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에서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연구소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탁월한 연구력과 진취적인 리더십을 두루 갖춘 그는 한국의 보기 드문 엔지니어링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