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농약 성분 국산화와 정밀화학 산업 기반 구축
물질특허 시대를 대비한 신물질 창출 연구체제 확립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설립 등 과학기술 진흥정책 주도
채영복(蔡永福)
(사)원정연구원 이사장,
前 과학기술부 장관
(1937~현재)
- 학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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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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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1978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유기합성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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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1982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응용화학연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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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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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복 장관은 한국 정밀화학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과학기술 행정의 혁신을 이끈 과학자이자 행정가다.
1937년 강원도 금화 출신인 그는 1959년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이승만 정부의 원자력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 뮌헨대학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유기합성연구실장으로 부임하여 수입에 의존하던 의약품과 농약 원제의 국산화 연구를 시작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항결핵제 에탐부톨, 구충제 메벤다졸, 세파로스포린계 항생제 등의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했다. 농약 분야에서도 살균제, 제초제, 살충제 등 다양한 원제의 국산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카바메이트계 살충제 제조에 필요한 MIC(메틸이소시아네이트) 생산 공정을 개발하여 인도 보팔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채영복은 제조공정 혁신을 통한 국산화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다국적 기업이 특허로 보호하고 있는 의약품과 농약의 원재료를 새로운 제조공법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항결핵제 에탐부톨 합성에서는 아메리칸시안아미드(American Cyanamid)로부터의 기술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원료 물질을 사용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해 이를 극복했다. 개발된 기술은 한독약품에 이전됐고, 이는 우리나라 의약품 주성분 생산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그의 연구실은 수많은 의약품과 농약 원제의 국산화를 이루어냈다.
특히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한국화학연구소의 자회사로 설립한 에이블케미칼테크놀러지(Able Chemical Technology, ACT)는 국내 화학 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 했던 선구적인 시도였다. ACT는 미국의 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시장정보를 수집해 화학연구소에 제공하고, 화학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연구과제를 선정해 기술을 개발한 뒤, 해당 기술을 기업에 전수해 ACT를 통해 수출하는 전략이었다. 이 기관은 여러 성과를 냈으나, 안타깝게도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1982년 한국화학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곧 도래할 물질특허 시대에 대비해 신물질 창출 연구체제를 구축했다. 미국의 농약회사 FMC(Federal Maritime Commission), 독일의 의약품 제조사 훽스트(Hoechst) 등 다국적 기업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신농약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확보했다. 또한 '정밀화학'이란 새로운 산업 개념을 도입하고 국가 차원의 육성 방안을 수립하여 관련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2002년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에는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혁신적인 정책들을 추진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여 전문 연구인력 양성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며,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를 유치하여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연구기반을 구축했다.
대덕연구단지의 발전을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자들의 주거와 자녀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단지 조성과 학교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대덕연구단지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지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채영복 장관의 공헌은 국내외에서 널리 인정받았다. 청조근정훈장(2004)과 프랑스 레지옹도뇌르 훈장(2014)을 받았으며, 3.1문화상(1982)과 국민훈장 동백장(1976) 등을 수상했다. 그의 업적은 한국 정밀화학 산업의 발전과 과학기술 행정의 혁신이란 두 축으로 요약된다. 수입 의존형 산업구조를 자립형으로 전환하고, 모방형 연구개발을 창조형으로 제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