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한국 전염병의 최고 권위자
서울대, 가톨릭대, 인제대에서 선진 의학교육 기반을 구축
故 전종휘(全種暉)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1913~2007)
- 학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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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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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1978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부속 성모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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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휘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염병 임상학자로서 전염병 치료 및 연구의 기틀을 다진 선구적 의학자다.
한국사회에 창궐한 각종 전염병 연구의 선구자
1913년 함경북도 성진군에서 태어난 그는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경성의전에서 스승 백인제와 선배 장기려를 만나 학문뿐 아니라 종교와 생활철학도 공유하며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경성의전을 졸업한 후에는 전염병 전문병원인 경성부립순화병원의 부수보(副手補)로 근무했다. 당시 경성은 전염병의 도시로 유명했으며 해마다 약 2천여 명의 전염병 환자가 발생했다. 그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일본뇌염 및 열대열 말라리아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4편의 임상 사례연구를 일본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이중 열대열 말라리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었다.
1937년 경성제국대학 내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저혈압 환자 수가 영국, 미국, 독일,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수련이 끝나가던 1939년 그는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경성제국대학 병리학교실에 들어가 무급 부수로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공식 직제에는 없는 부검 책임자로 부검의 기록 정리 및 병리조직 표본 제작과 부검 증례 토론에 참여하며 병리학을 내실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일본 병리학회에서 발표한 “인체의 위장관, 간, 비, 신 및 골수의 철 소견”을 주 논문으로 하고 “한국 뇌염의 임상적 관찰” 외 7편의 부 논문을 더해 194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열악한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전염병 방역의 수호자
해방 후 서울은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주거 및 위생환경이 열악해 콜레라, 천연두, 발진티푸스, 장티푸스, 뇌염 등 각종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전염병내과의 초대 과장으로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망자 가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을 통해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일본뇌염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른바 ‘뇌염 박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1946년과 1963년 콜레라 대유행 시기에는 검역작업의 책임자로 활동하며 콜레라의 전파 억제와 환자 치료 등 전염병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보건부의 방역보건위원, 육해공 3군의 방역자문교수, 서울시와 부산시의 방역위원, 육군출혈열연구반 위원 등 전염병과 관련하여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전염병을 학문으로만 연구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전염병이 유행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방역과 치료는 물론 그 원인을 밝히며 자타공인 전염병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한국 의학교육의 현대적 기반 마련에 헌신한 교육자
이후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1955년 미네소타프로젝트를 통해 1년간 미국에서 선진 의료기술과 함께 의학교육을 연수받았다. 귀국 후에는미국식 임상교육제도 및 수련제도를 도입하여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개선시켰으며, 언론에 꾸준히 전염병에 대한 기사를 기고하거나 인터뷰에 응하는 식으로 계몽활동을 병행했다. 그는 1959년 의과대학의 여러 학과 교수들이 참여한 ‘감염합동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는 훗날 대한화학요법학회와 대한감염학회의 모체가 되었다. 1964년 가톨릭대학 의학부 내과학교실로 자리를 옮겨 1978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14년간 재직하며 왕성한 활동을 통해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이 시기 그는 명동 성모병원의 병원장을 세 차례 연임했으며, 대한감염학회 회장(2-8대), 대한내과학회 회장, 가톨릭대학 3대 대학원장, 대한면역학회 회장(1-4대)을 역임했다.
정년퇴직한 후 인제의과대학의 초대학장으로 부임해 의학교육의 기틀을 다졌으며, 오늘날 의료인문학 교육에 해당하는 의학개론을 국내 의과대학 최초로 신설하기도 했다. 1993년 일선에서 물러나 회고록 저술과 축령복음병원 등에서 고문의사로도 활동했다. 1999년에는 일생을 전염병 연구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성곡학술문화상 자연과학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한국 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의학회가 헌정한 ‘명예의 전당’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전종휘 교수는 우리나라 전염병 연구를 개척한 임상의사였으며, 46년이라는 긴 기간을 의학교육에 헌신한 교육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