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천문학과 지구과학 교육의 기틀 마련
천문학사 연구를 통해 한국 전통천문학의 우수성 증명
故 유경로(兪景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917~1997)
- 학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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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
미국 인디애나대학 대학원 이학석사(천문학)
-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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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 1982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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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 ~ 1982
서울대학교 과학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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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 69, 1974 ~ 76
한국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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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 1974
한국지구과학교육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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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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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한국천문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공로상
현대천문학과 지구과학 교육의 기반을 세운 교육자이자 한국천문학사 연구를 개척한 연구자
유경로 교수는 현대천문학과 지구과학 교육의 기반을 세운 교육자이자 한국천문학사 연구를 개척한 연구자이다.
그는 천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나 과학, 교육학, 역사학이라는 전혀 다른 세 학문 분야에서 선구적인 성취를 거두었다. 그는 서울대에 최초로 천문학 강의를 개설하여 현대천문학 교육을 시작했고, 서울대 사범대학에 지구과학교육과를 창설하여 지구과학교육의 체계를 마련했으며, 1970년대부터는 한국천문학사 연구에 뛰어들어 조선시대 천문학 서적들을 연구했다. 이 같은 그의 활동은 해당 학문분야의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그가 활동했던 첫 번째 분야는 천문학이었다. 그는 1955년 서울대에 천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천체물리, 천문관측법 등 현대적인 천문학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적으로 천문학을 배운 적이 없었던 그로서는 수준 높은 교육을 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그는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학 대학원에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배우고, 미국 로웰(Lowell)천문대에서 천문관측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후 귀국했다. 이 미국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선진적인 천문학 교육 체계를 마련하여 많은 천문학도 양성에 기여했다. 이밖에 그는 1967년부터 1973년까지 7년간 한국국립천문대 건설위원으로서 천문대의 위치 선정 및 망원경 도입 사업에 참여했고, 1965년에는 한국천문학회를 창설하여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천문학 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두 번째 분야는 지구과학 교육이었다. 그는 1959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지학과(후에 지구과학교육과)를 창설하여 정년퇴임 때까지 우리나라 지구과학교육의 개척자 역할을 하며 지구과학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양성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의 천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한 그는 지구과학을 중등 과학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초중등 과학교육 과정 개발과 교사 재교육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1973년에는 한국지구과학교육회도 창설했다. 이 같은 지구과학 교육 발전을 위한 그의 전방위적 활동 덕분에 오늘날 지구과학은 중등 과학교육에서 필수 교과목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 번째 분야는 과학사(천문학사) 연구였다. 1973년 그는 이은성, 현정준 교수와 함께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과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의 역주를 편찬하면서 한국천문학사에 기념비적 연구성과를 남겼다. 칠정산은 세종시대를 대표하는 역산서(曆算書)로 유경로 교수 등의 역주로 인해 조선 천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으며, 동시에 본격적인 한국천문학사 연구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과학사학자들과 함께 『증보문헌비고 상위고(增補文獻備考 象緯考)』, 『서운관지(書雲觀志)』 등 한국 천문학의 고전들에 대한 번역 및 주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했고, 국외에서 이루어진 연구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번역서인 『중국의 천문학』을 출판하기도 하는 등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천문학사 연구에도 선구적 역할을 했다.
정년퇴임 후 1985~87년까지 한국과학사학회장을 역임하며 학회 발전을 이끌었고, 1989년 이후에는 동양과학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양천문학사를 전수하여 천문학과 지구과학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사 분야에서도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천문학사연구소를 설립하라는 유지에 따라 사후에 제자들에 의해 그의 호를 따서 2005년 천문학사 및 고천문학 연구기관인 <소남(召南)천문학사 연구소>가 설립됐고, 현재는 한국천문학회 부설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후학 양성과 연구소 설립을 통해 한국천문학사 연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셈이다. 유경로 교수는 우리나라 현대천문학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구과학 교육을 선도하며, 한국천문학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학자였다. 그가 이룬 성취들은 세 분야의 발전에 근간이 되었고, 이로써 해당 분야에서 그의 이름은 선구자 혹은 개척자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