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수학의 다양체 연구에서 세계적인 업적 성취
미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공대 수학과의 창립과 발전에 기여
故권경환(權景煥)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1929~2024)
- 학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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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 1954
미국 미시간대학 대학원 이학석사(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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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 1958
미국 미시간대학 대학원 이학박사(수학)
-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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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 ~ 1965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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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 1965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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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 ~ 1993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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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 1999
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교수
위상다양체 연구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한국 수학계 위상을 높인 세계적 수학자
권경환 교수는 위상수학(topology) 분야에서 다양체(manifold)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 양국의 수학 발전에 기여한 세계적 수학자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떠나 1958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2년부터 플로리다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64~65년 저명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연구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고등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이휘소 박사와 같은 학교의 플라즈마연구소에 있던 정근모 박사 등과도 친분을 맺었다. 1965년에는 미시간주립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0년 포항공과대학의 초청으로 귀국하여 수학과의 기틀을 잡을 때까지 이곳에서 연구와 인재 양성에 열중했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수학과는 그의 리더십에 힘입어 미국 대학의 수학과 분류상 제2 그룹에서 제1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권경환 교수의 연구분야는 위상수학 가운데서도 기하위상수학(geometric topology)이다. 위상수학은 수학적 공간의 구조를 연구하는 것으로, 20세기 이후의 현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다. 위상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대상 중 하나가 다양체인데, 이는 “국소적으로 유클리드 공간과 동등한 모습을 갖는 수학적 공간”으로 규정되는 대상이며 현대 수학의 여러 핵심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다양체 연구를 통해 1960년대 위상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체는 수학적 언어를 통해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대상이므로, 기존의 다른 수학적 대상으로부터 다양체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와 반대로 이것을 분해하면 어떤 수학적 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이 연구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 과제가 된다. 권경환 교수는 1964년 “Product of Euclidian Spaces Modulo an Arc”(Annals of Mathematics 79-2)라는 논문을 통해 이에 대한 연구를 크게 진척시켰다. 그 요지를 엄밀한 수학적 언어를 피하여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다양체와 다양체를 곱하면 다양체가 되지만 다양체를 분해할 경우 반드시 다양체의 곱으로 나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다양체인 유클리드 공간이 다양체가 아닌 두 공간의 곱으로 분해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1965년에 발표한 “Product and Sum Theorems for Whitehead Torsion”(Annals of Mathematics 82-2)에서는 다양체의 본질적 불변량(invariant) 중 하나인 “화이트헤드 토션”이 더하기나 곱하기와 같은 연산에 대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검토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연구는 이후의 위상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다양체를 어떻게 규정하고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 성과로 “부분적으로 선형성을 가지는 PL 다양체”라는 범주를 분류해 내고, 그 특성을 밝힐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수학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Annals of Mathematics 등에 게재되어 당대와 후대의 수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발간한 40여 편의 논문은 위상수학이라는 전문 분야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4.4회의 인용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주도한 연구에 함께 참여한 제자들도 대부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교편을 잡고 위상수학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1990년에 권경환 교수는 신생 포항공과대학의 초청을 받아들여 미시간주립대학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시간주립대학 수학과의 성장을 이끌었던 그의 경륜을 바탕으로 포항공대 수학과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1999년 퇴직하면서는 한국 수학의 발전과 후진 양성을 위해 ‘권경환 석좌기금’을 출연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포항공대의 발전을 위해 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