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체 발견에서 진단법, 백신까지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과학자
한 평생 연구와 교육에만 전념한 교육자이자 과학기술자
故 이호왕(李鎬汪)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2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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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 1959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의학 석사, 의학 박사
-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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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 1973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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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 1994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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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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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을 퇴치한 한국의 파스퇴르
이호왕 교수는 병원체 발견에서 진단법, 백신개발까지 완료한 세계 최초의 과학자다.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전염성 질환으로 알려진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들이 포함되는 새로운 속인 한타바이러스를 제정했다. 1989년 유행성 출혈열 진단법을 개발한데 이어, 1990년에는 예방백신인 한타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치사율 7%인 이 병의 신속한 진단과 예방이 그로 인해 가능해졌다.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균과 전파경로, 진단법 예방백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개발해 인류를 이 괴질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의 업적을 인정해 1981년부터 그가 근무하는 고려대 의대 바이러스연구소를 세계에서 유일한 ‘WHO 한타바이러스 연구협력센터’로 지정했다.
유행성 출혈열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 처음 발견
이호왕 교수는 1969년 미 육군성의 지원을 받아 유행성 출혈열 연구를 시작했으나 6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당시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이 연구에 매달렸으나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에 대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식물독소, 진드기 등 다양한 학설만 내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윌리엄 잴리슨이란 과학자의 책을 보다 들쥐의 폐장에서 발견된 곰팡이가 병원체라는 주장을 듣고 폐장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1975년 12월 20일 중고 형광현미경으로 항원을 확인하던 중 그는 바로 쥐의 폐장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4년간 이호왕 교수는 그때까지 알려진 500여 종의 바이러스와 비교 검사를 통해 이 바이러스가 전혀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이 병원체를 발견한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n Virus)라고 명명했다. 한탄바이러스는 한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병원미생물이며, 이 연구업적은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현재 모든 의학 및 생물학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뒤이어 1980년 이호왕 교수는 서울 서대문의 한 아파트에서 채집한 집쥐에서 새로운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하고 이를 서울바이러스(Seoul Virus)라 명명했다. 이는 한국에서 발견된 두 번째 미생물이었다. 이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유행성 출혈열이 도시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2종의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 속(屬)으로 한타바이러스(Hata Virus)를 국제학계에 제안하고 공인받았다.
1981년부터 백신개발을 시작한 이호왕은 1985년 무렵 이 바이러스를 동물 조직에 연속적으로 배양시킨 결과 병원성을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녹십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1990년 마침내 유행성 출혈열의 예방백신 제조허가를 얻었다. 이 예방백신은 임상실험을 거친 후 1991년부터 ‘한타박스’란 이름으로 시판되었다. 한타박스는 우리나라 신약 1호다.
한국 ‘신약 1호’인 유행성 출혈열 예방 백신(한타박스)과 진단키트 개발
이호왕 교수는 1998년에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발생하는 두 가지 종류의 유행성 출혈열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예방백신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그는 유행성 출혈열 관련 24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하고 10건의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이호왕 교수는 평생 연구와 교육, 한 우물만 판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자다. 40년간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고 대학에서 은퇴한 후에는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소장(1994~1998),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1994~1996), 한탄생명과학재단 이사장(1996), 대한백신학회 초대 회장(1997), 대한민국학술원 회장(2000~2003)을 지냈으며 2003~2004년에는 아세아학술회의 회장직을 수행했다.
그는 1995년에는 태국 프린스마히돈 국제의학상을, 2001년에는 일본 닛케이 아시아상을 수상했고 1976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가이듀섹에 의해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고려대는 그의 업적을 기려 2012년 6월 동두천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에 ‘이호왕 박사 기념관’을 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