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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과학기술유공자 인터뷰_노승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작성일
2021-04-29
조회수
5427

세계 수준의 열공학 연구를 선도하다

노승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35년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

열물성, 에너지변환, 냉동공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로 산업 발전에 기여

국제 교류를 선도하고 한국 열공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임 

news2_1.PNG 이미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열을 다루는 기술은 도시와 산업을 유지시키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천도 혹은 영하 몇 백도에 이르기까지, 열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최적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한 지난한 도전과 성취의 발자취들로 이루어져 왔음은 물론이다.

노승탁 박사는 우리나라 열공학 분야의 선구자로 35년 동안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왔다. 그의 후학들은 기계공학을 매개로 한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학계, 산업계, 관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평생을 충실하게 열공학의 기초 연구에 몰두해왔고, 더 나아가 산업에서 응용되고 개발될 수 있는 시대적 과업을 해결하는데도 가장 앞장서 나갔던 노승탁 박사. 그의 열물성 연구는 기존 물질이나 새로운 물질의 열역학적 성질을 측정하거나 규명하는 것이었다. 기계장치의 설계나 성능 해석을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었고, 이로 인해 90년대 오존층 파괴라는 문제로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사용되던 프레온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 신냉매 개발의 중요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노승탁 박사는 에너지변환 분야에서도 열병합 발전소, 복합화력 발전소 등의 효율적인 운전을 위한 최적 조건들을 제시했다. 그의 기술개발은 공장, 아파트, 신도시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고 냉동공학 분야에서의 연구는 냉방 및 냉동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을 가져와, 하절기 전력 피크의 효과적인 관리와 소비전력의 감축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우리나라 열공학의 학문적 성장은 물론, 에너지산업과 냉동산업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엔지니어에게는 필수 사항이라는 책임의식을 항상 가져왔습니다. 엔지니어는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합니다.”

기초 연구를 토대로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수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결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자들은 물론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과도 늘 겸허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열을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으로 열공학에 매진했던 그는 시대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자로서의 엔지니어 역할에 누구보다 철저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산업화를 이루고자 했던 시대의 열망을 오롯이 담아 한 발 한 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던 일생. 열정, 끈기, 긍정적 사고를 동력삼아 거침없이 전진했던 그의 행보는 우리나라 열공학 분야의 새로운 길을 내는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었을까요?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큰 꿈과 목표의식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아주 어려운 시절이었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가느라고 공부를 제대로 할 형편이 아니었어요. 초등학교를 몇 군데나 옮겨야 할 만큼 어수선한 시국이었죠. 전쟁이 끝난 후 중고등학교를 다닌 시기에는 국가적으로 공업화가 중요한 과제였고 기술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이과 과목에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했어요. 60년대 초의 상황이 저를 자연스레 공대 진학으로 이끌었고, 기계공학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기계공학 중에서도 열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데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며 무척 논리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흥미가 커지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 유학을 가게 되었죠. 열공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자연의 법칙 안에서 열의 본질, 열의 전도를 잘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했고, 유용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컸죠.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셨는데,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무척 만족스러워서 단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교수는 가르치기 위해서 스스로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연구와 교육이 자연스레 병행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 속에서 계속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연구해야 했고, 연구한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면서 받는 피드백과 자극은 또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열공학 분야에서의 연구, 교육, 학술교류 등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이루시면서 많은 존경을 받으셨는데요. 제자들에게 강조하신 점이 있으셨겠죠.

학부생들에게는 기존 지식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석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연구 방향을 제시하면서 더 나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조했던 건 열정, 끈기 그리고 긍정적 사고였습니다.

 

박사님의 열물성 연구는 신냉매 개발과 관련된 분야이기도 한데요. 연구개발을 하실 때, 어떤 관점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방향성을 잡아가시나요?

열물성은 단순히 학술적 관심의 대상만이 아니라 냉동기 등 각종 에너지기기의 설계 제작에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1990년대에 프레온이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국제기구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을 내렸죠. 대안이 필요했고, 기술 강대국과 산업체가 신냉매 개발에 앞장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기기를 설계 제작하는데 나섰고. 그 과정에서 각종 열물성 연구를 필요로 했어요. 저로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수행해 온 연구였기 때문에, 제 연구가 신냉매 개발에 응용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연구는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급변하는 미래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초과학, 기본 연구에 충실해야 합니다.

 

에너지변환 분야에서도 발전소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과 수입 에너지원의 합리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하셨는데요.

열병합발전 문제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시작된 기술인데 에너지원의 공급과 수요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70년대에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어지면서 공장이나 아파트 단지 건설에 많이 사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도 70년대 말부터 여러 부분에서 관여하게 되었죠. 복합화력발전도 긴 역사를 가졌지만 우리나라는 처음에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국내에서 발전 설비를 국내 제작하고 항공기용에서 시작한 가스터빈 기술이 산업용으로 개발되면서 복합화력발전의 기술 필요성이 더 커졌죠. 이에 따라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 과정에 맞춰 효율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또 외국에서 먼저 개발된 기술이라도 우리나라에 적합하게 변형시켜 도입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었어요. 기존 기술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복합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지역난방으로 발전시키며 각 지역의 집단 주거단지, 산업단지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분당 신도시에서 지역발전소가 생겼을 때는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냉동공학 분야에서는 냉방 및 냉동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시며 냉동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셨는데요, 과학기술자로서 느낀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열을 사용하는 발전설비나 동력을 사용하여 열을 이동시키는 냉동냉방시스템이나 원리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항상 효율화와 합리적 이용에 대한 연구를 최우선으로 하게 되고, 관련 분야에서 기여할 부분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술발전은 여러 사람의 힘이 합쳐져야 합니다. 과학기술 전반이 발전되고 국가적으로 성장해야만 특정 분야의 기술개발에 있어서도 도약이 가능해지니까요. 그런 면에서 엔지니어로서 산업발전에 기여하며 기술발전의 시너지를 내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습니다.

 

열공학 분야의 선구자로서 관련 학회의 회장을 비롯해 많은 역할을 맡으셨는데,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열악한 경제, 기술 환경에서 선배들이 열공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관련 학회를 설립하고 발전시켜 오셨죠. 제가 일하던 시기에는 그나마 조건이 상당히 좋아진 상태였습니다. 터보동력기계연구센터도 산업기술연구를 대학에서 수행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비교적 생소하던 터보기계 연구 분야에서 여러 교수님들과 산업계가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또 어려움은 함께 극복한다는 마음으로 협력하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국제적인 학술교류에도 적극적이셨는데, 세계적 수준에서 한국 열공학 분야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1998년에 국제열전달학술회의연합회 회장을 맡았는데, 이 학술대회는 19518개 회원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20여 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회원국은 그 나라의 열공학 규모에 따라 발표할 논문 수를 할당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된 이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고, 1998년에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지만 그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려면 기초 연구가 든든하게 받쳐주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인이라면 우선은 기본에 충실하고, 전문가로서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를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 나갈 역량을 키워야 하겠죠. 정부를 포함해 과학기술계를 지원하는 기관들 역시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인내를 갖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고, 또 어떤 인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흥미 있는 분야를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끝이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었겠죠. 최선을 다했던 만큼, ‘흥미를 갖고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도전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일 뿐인데, 이렇게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기계공학을 선택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교육한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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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탁 박사는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기계공학의 교육과 연구를 주도해왔다. 대학과 산업체를 연결하는 토대를 구축하는가 하면, 서울대학교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며 과학기술계를 선도해 후학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열공학 분야의 국제저널 편집위원과 국제학술회의 조직위원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맡았으며 국제열전달학술회의연합회의 회장을 지냈고, 미국기계공학회의 석학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국제적 학술교류와 우리나라 열공학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존경받는 연구자로 자리매김해온 것이다.

대한기계학회 학술상, 대한민국학술원상, 녹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엔지니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며 문제해결자로서의 역할을 기꺼이 즐겼다.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에 이르기까지 학계와 산업계를 종횡하며 엔지니어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진정한 스승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이고, 우리 눈앞에는 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면서 먼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겠죠. 주어진 조건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조건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는 엔지니어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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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탁유공자 인터뷰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