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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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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질학 발전의 초석을 놓다 - ㉓ 정창희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㉓ 탄광지역 지층 연구로 석탄자원 확보에 기여한 지질학자 정창희 서울대 명예교수

평안누층군 층서 정립으로 한반도 고생대 지질 기록 해석에 이바지 국내 최초 <지질학개론> 출간하며 학문 발전에 공헌

해방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지질과 관련된 논문들은 대부분 일본인에 의해 발표됐다. 1910년 한국을 합방한 일본이 1918년에 지질조사소를 설치했는데, 이곳에 일본인 지질학자를 파견하여 지질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은 자원수탈에 있었다. 지질조사는 자원수탈의 사전 준비였던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질 연구에 대한 기준은 일본의 관점에서 정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해방 이후,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지질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정창희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지질학 연구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며,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했던 대표 지질학자였다.

정창희 교수의 첫 직장은 지금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신인 지질조사소였다. 1944년 일본 북해도제국대학 지질학과를 졸업한 후 5급 지질기사가 된 정 교수는 해방 후 지질광산연구소를 거쳐 1946년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때부터 한국 지질학 발전의 초석이 될 주옥같은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 교수는 우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알려진 것들을 우리나라 기준으로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석탄자원을 함유하는 후기 고생대 퇴적층인 평안누층군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는데, 그 결과 한반도 상부 고생대 지사 해석에 필요한 평안누층군에 대한 새로운 층서 기준을 제안할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홍점층, 사동층, 고방산층, 녹암층으로 구분돼 있던 
평안누층군을 크게 고목층군, 철암층군, 황지층군으로 나누고, 이들을 다시 만항층, 금천층, 장성층, 함백상층, 도사곡층, 고한층, 동고층 등 7개 층으로 세분화했다.

이러한 층서학 정립은 석탄 채굴 기준을 제시하는 연결고리가 됐다. 층서 기준에 따라 각 탄전지대에서 관찰되는 층서의 대비가 가능하게 됐고, 이를 통해 평안누층군의 함탄층(석탄을 함유한 지층)인 장성층에서 얇은 퇴적층 입자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석탄층을 찾는 새로운 탐사 기준을 제시했으며, 석탄산업의 육성을 위해 고생대 탄층의 지질도 작성과 보존량 등의 연구에 몰입했다. 그의 연구는 당시 주요 에너지자원이었던 석탄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고, 이는 한국 경제발전의 마중물이 됐다.

이밖에도 그는 강원도 지역의 고생대 층서를 방추충 화석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정 교수는 방추충 화석의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지질 시간의 기록이 없는 부정합의 존재를 지질학계에 가장 처음 알렸으며, 이 연구로 방추충의 새로운 속(genus)을 국제학계에 보고하며 학술적 업적을 인정받았다. 또한, 그가 진행했던 고생대 석회암 연구는 우리나라 석회석 광산의 발전으로 이어졌는데, 후에 제자들이 그의 연구를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연구를 함으로써 
국가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 공을 들였던 스승이기도 했다. 정 교수는 1946 전임강사 때부터 47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다수의 박사 학위자와 석사 학위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현재 교직과 연구직에 근무하며 국내 지질학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국내 최초로 <지질학개론> 기초교양서를 출간하며, 후학들이 걸어갈 지질학의 길을 지원했다.  정 교수는 지질학 분야의 이러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75년 지질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상인 ‘운암지질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정 교수는 대한지질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계발전을 이끌었고, UNESCO-국제지질연맹(IUGS)의 국제지질대비프로젝트(IGCO)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한국 지질학계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질학 외길을 걸으며 국가 발전에 삶을 헌신한 정창희 교수. 국가는 그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 명예를 수여했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 호기심을 품었던 한 소년의 외길 인생.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뛰었던 그의 발걸음을 우리 모두 기억할 것이다.